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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V] "최저임금 그림의 떡"…절대복종 강요받는 미술계 노동자들

#A
갤러리에서 1년간 견습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았던 A씨는 2016년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강남의 큰 갤러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 가보니 업주측에선 근로계약서, 4대보험없이 주 5일 8시간 근무에 80만원을 제의했다. 더 황당했던 건 두 장의 서류였다. 서약서와 신원 및 재정보증서였고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항상 친절 겸손 △규칙과 지시명령을 준수 △화랑의 금품을 이용하지 말고 고객의 기밀사항을 유출하지 말 것

다음은 신원 및 재정보증서 내용 중 일부다.

△화랑에 폐를 끼침이 없도록 약정 △화랑이 법적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귀화랑 소재지 관할법원으로 하는데 동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시중은행 일반대출금리를 지불
결국 입사자의 태도불량을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절대 갑의 계약서였다. A씨는 입사를 포기했다.

#B
'3만원 곱하기 17일 = 51만원'
아트페어 개최로 유명한 강남의 상업갤러리에서 일했던 B양이 받은 월급 봉투에 적힌 문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지만 일당 3만원이 그에게 돌아오는 전부였다. 예중 예고 예대를 졸업하고 3년 간 큐레이터 보조 일을 하며 전문 큐레이터 꿈을 꿨던 B양은 그날 부로 꿈을 접었다. 아직도 해당 갤러리는 강남에서 아트페어를 주도하며 성업 중이다.

#C
"과연 급여만을 생각하시는 근로자가 성실한 근로의무를 이행할지는 사실 의문이고요"
근무조건을 문의하자 사업주가 답한 말이다. 전시 아카이빙 및 구인구직의 대표적인 사이트인 네오룩엔 지난달 근로조건을 명확히 게시하라는 예술인들과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업주측의 다툼이 있었다. 그동안 급여를 미게시하고 고학력을 받으려는 미술계 사업주들(갤러리, 미술학원, 작가 어시스턴트 등) 중 몇몇은 이들의 요구에 왜 돈을 밝히느냐며 뻣뻣한 태도를 보였다. 심한 경우 급여 범위를 밝히라는 댓글에 "민사 소송을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미술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술계통의 노동자들이 지적한 관행은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퇴직금 미지급 △4대보험 미가입 등이다. 갤러리에서 만 3년 코디네이터로 일한 김씨는 "근로계약서는 쓰지도 못했고 퇴직금조차받지 못했다"며 이는 다수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관행이라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에 실시한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술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자는 15%에 불과했고 다른 예술 분야(평균 30%)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졸업생은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줄 양질의 노동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점도 이와 같은 악질적인 고용구조를 배가시킨다. 2017 교육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 수(335367명) 중 예체능계열은 10%가 넘는 36073명이다. 이들 중 미술계열 졸업생들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은 아동미술학원 강사, 작가 어시스턴트, 인턴 큐레이터 등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이며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주장한다. 박소현 한국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과 교수는 미술계 내에 유니온 형태의 활동이 거의 없음을 지적하며 예술계 내부에서 조합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함을 주장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또한 "현장에 일하는 당사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창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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