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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V] 폭염보다 더 뜨겁게 사는 사람들…"가족을 위해서라면"

"숨이 턱턱 막혀…"

힘드냐고 묻는 건 숨을 쉬고 있냐고 묻는 것과 같았다.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숨이 막힐 것 같고 금세 쓰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폭염 속 길거리에서 느끼는 짜증이 사치임을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

청동과 황동, 알루미늄을 주조하는 문래동의 한 공장. 2m 길이의 스테인리스 봉으로 불을 휘휘 젓는다. 청동이 녹는다. 1440도의 흑연으로 만든 항아리 안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청동은 거푸집으로 옮겨진다. 마치 지옥불이 있다면 이런 색깔일까? 형광빛깔 주황색 마그마는 주르륵 틀 안으로 들어간다.

문래동에서 주조업을 하는 김모씨(58). 그가 거푸집으로 옮긴 벌건 청동은 소방차의 소방 노즐이 될 것이다. 검은흙 위에 거푸집을 올리고 툭툭 쇠집게로 틀을 빼자 호수관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는 한 시간 쇳물을 부어야 해요"

20분 만에 작업을 마친 김씨. 냇가에서 물을 마시듯 선풍기 앞으로 가서 바람 한 모금을 받는다. 폭염에서 일하는 게 어렵지 않냐 묻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면서도 숨을 헐떡였다. 담배를 한 손에 쥐고 불판 위로 가서 쓱 불을 붙인다. 불만 40년 다뤄온 그다. 그의 일터는 언제나 폭염이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1440도의 불을 바가지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면 4000도의 불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문래동의 용접공 이윤재씨. 용접일만 평생 해온 그에게도 폭염은 견디기 어려운 날씨다. 철가면 같은 마스크을 쓰고 스포이드같이 생긴 용접도구를 다룬다. 하얀빛이 튀기면 금속이 녹아 벌겋게 엉겨붙는다. 4000도의 불꽃. 쇠 냄새가 콧 속으로 날카롭게 파고든다.

아스팔트를 녹일 것 같은 폭염 속에 이윤재씨는 그 아스팔트 위에서 쇠를 녹여 잇는다. 봄, 가을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씨. 땀이 초침의 속도처럼 바닥에 후드득 떨어진다.

"가족을 위해서 하는 거지. 아무리 덥고 뜨겁고 해도..."

"언젠가 내가 만든 부속품이 텔레비전에도 나왔어. 아, 저게 내가 만든 거다라는 생각이 들 때 무척 보람되지."

그러면서 이씨는 열사병 때문에 죽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쉬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 또한 지금의 작은 공장을 갖게 되기 전까지는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1평짜리 땡판에 들어간 적도 많았다. 당시 폭염에서 일할 때를 떠올리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거든. 사람이 살아야 일도 더 하고 그러는 거지. 땡볕에서 사람한테 2~3시간 쉬지 않고 일을 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지난 5년간(2012년~2016년) 58명이 사망했다. 실내보다 실외에서, 그 중에서도 작업장에서 가장 많이 세상을 떠났다.

폭염의 몇곱절이나 뜨거운 불을 다루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불은 쉬면서 다뤄야한다고 했다. 바깥 근로자들의 쉼없는 노동이 더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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