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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V]오히려 내 걱정해주는 사기꾼...보이스피싱 기자가 당해보니

◇갑자기 걸려온 김재진 경위의 전화

"강남경찰서 김재진 경위입니다. 본인 계좌가 연루된 사건이 발생해 유선상으로 약식기소를 해야 합니다"

근무 도중 오전 10시께 받은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 총 통화시간 20여분. 15분이 지난 후에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보이스피싱 전화라는 것을.

보이스피싱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비교적 신뢰할만한 목소리.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봤던 보이스피싱은 조선족이 주로 담당했다. 내게 전화 온 사람의 목소리는 정말 경찰처럼 경어와 한자를 섞어가며 다급하게 나를 다그쳤다. 경찰과 검찰의 전문 용어인 '약식기소', '피해구제신청'. 몇 년 전 경찰과 검찰의 전화를 받으며 개인적인 사건을 치른 바가 있는 지라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더욱 생각했다.

둘째. 가짜 김 경위는 오히려 내게 개인정보를 자신에게 누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말했다. '어떠한 수사기관에서든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나 금융권의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요구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러면서 다짜고짜 계좌번호를 묻기보다는 거래은행, 잔고, 계좌 개수 등을 물으며 조심스럽게 포위망을 좁혀갔다.

비로소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그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해서다. 가짜 김 경위에게 거래은행 정도만 이야기하던 나는 잠시 통화를 끊고 다시 전화하겠다 말했다. 아무래도 010으로 시작되는 모르는 번호로 개인정보들을 이야기하기 껄끄러워서다. 그러자 그는 본색을 드러냈다.

"누가 조사를 띄엄띄엄 받습니까? 출석 요구서를 보낼 겁니다. 지금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언성을 높이던 가짜 김 경위에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혹시 몰라 녹취한 음성 파일을 저장하면서.

이후 경찰청에 문의해보니 김재진 경위라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가짜 김 경위의 번호는 이미 없는 번호로 바뀌어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가 받은 전화는 수사관을 사칭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의 사례였다.

만약 전화를 계속했다면 김 경위는 △검사 연결(다른 사기범) 후 본인의 신분증(가짜)을 보냄 △사이버 안전국 사이트(가짜) 다운로드 강요 △금융감독원 1332로 전화(피싱으로 가짜 번호로 연결) △금융감독원 팀장(가짜) 계좌에 입금 강요의 단계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보이스피싱으로 매일 116명, 10억 원의 피해 발생

금감원에 따르면 2018년도 상반기 보이스피싱의 피해규모는 1,802억 원이다. 이는 매일 116명의 피해자가 1인 평균 860만 원의 피해를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피해가 발생했다. 누구나 보이스피싱에 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사관을 지칭한 보이스피싱은 '권위에 의한 순응형 범죄'로도 분류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스 1과의 인터뷰에서 '경찰'과 '검찰'을 사칭하는 행위는 사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권위로서 협박해 좀 더 사기에 걸려들기 쉽게 순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의 말투와 흡사한 보이스피싱 전화. 내가 받은 전화는 계좌번호를 처음부터 요구하지 않아 더욱 헷갈렸다. 구분법은 뭘까?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전화를 중간에 못 끊게 강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통화할 것으로 요구 △유선 상 약식기소 진행 등을 보인다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라 조언했다. 보통 경찰이 피의자나 피해자에게 업무용 핸드폰인 010으로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출석요구를 할 수도 있다. 범죄자들이 경찰의 통화내역을 흉내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심하긴 어렵다. 다만 위의 세 가지는 경찰에서 보통 하지 않는 행동이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엔 상대방의 소속기관과 이름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어야 한다. 또 금융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112(경찰청)와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해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상담은 1332(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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