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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작은 거인' 김해영 "인생은 매우 공평해요"

"쓸데없는 계집애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첫째 딸이 태어나자 방바닥에 집어던졌다. 아이는 척추를 다쳤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돼." 정신질환을 앓던 어머니도 모진 말을 쏟아냈다. 14살, 아버지는 삶을 비관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어머니의 학대가 극심해졌다.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왔다.

'134㎝ 작은 거인'이라 불리는 김해영 국제사회복지사(54). 그는 10대 때 "'오늘 살다 죽자'가 삶의 모토였다"며 "당시 척추장애는 나를 옥죄는 최고의 약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장애는 어느덧 '자신감'으로 변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였다.

◇'인생의 다른 문을 열어야겠다'

열네 살 '가출소녀'는 한의원서 식모살이하다 편물기술을 배웠다. 국내외 각종 기능대회 상을 싹쓸이했다. 만 19세엔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 낮에 일하고 밤엔 공부해 중졸·고졸 검정고시도 합격했다. 그러나 대입시험에선 2년 연거푸 미끄러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컸어요. 더 이상 경쟁하는 삶은 살기 싫었죠. 10대 때 죽어라 기능대회 준비하고 경쟁자들을 제쳐야 했으니까요. 다른 문을 열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때 마침 예전에 봤던 광고가 퍼뜩 떠올랐다. '보츠와나 직업학교에서 편물교사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였다. 1990년 2월, 스물다섯 김해영은 보츠와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텅 빈 학교…혼자 남겨진 절망감

직업학교는 목공·양재·편물과 총 3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각 반의 학생 수는 4명. 전교생이 12명이었다. 김해영은 서툴기 짝이 없는 영어로 손짓·발짓해 가며 가르쳤다. 학생들은 이 초보교사에게 "웨나 호몬떼 또타"(당신 참 예뻐요)라며 다가왔다.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예쁘다'는 말에 그는 "마음속 열등감이 서서히 사라졌다"고 했다.

1994년 봄, 학교에 위기가 닥쳤다.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교사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4년 전 10명이었던 교사는 5명, 3명으로 줄더니 결국 김해영 혼자만 덜렁 남았다. 학교는 '무기한 휴교'에 돌입했다.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실패의 시간이었어요. 아프리카 청소년들을 가르쳐보자고 의기투합했던 사람들이 4년 만에 손을 털었잖아요. 20~30대 젊은 교사들이 모두 무보수로 일했어요. 먹을 것 안 사먹고 시멘트 벽돌을 샀고, 학생들부터 챙겼죠. 학교 곳곳에 땀과 눈물이 알알이 박혀 있었어요. 그 모든 수고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돼 버리는 게 무척 마음 아팠죠."

김해영은 "그때의 사건은 자괴감·안타까움·무력감이 한데 엉켜 큰 실패감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가방을 쌌다. 얼마 뒤 여학생 5명이 찾아왔다. "선생님, 저희 편물기술 좀 가르쳐 주세요." 결국 짐을 풀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1994년 가을, 학교는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2003년까지 보츠와나 학생들과 함께했다.

◇"인생은 비교할 수 없어요"

'혼자 남아 있던 그 시간'을 김해영은 이렇게 해석한다. "인생에서 가장 절망의 시기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의 무게가 가장 강력해진 시기였습니다." '돈도 없고 미래도 안 보이는 상황'을 돌파해가며 쌓아올린 '인생의 무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러 2004년 미국에 도착했을 때 자신감으로 가득찼다고 했다. "속으로 이렇게 외쳤죠. 나처럼 살아온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어느덧 존경받는 국제사회복지사로 자리매김한 김해영. '인생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매우 공평하다"고 거듭 말했다. "인생은 A와 B를 비교할 수 없어요. 우리 각자는 이 세상의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요. 인생이라는 큰 강을 건너가는데 어찌 아픔이 없고, 슬픔이 없고, 실패가 없겠어요. 삶은 그런 것들이 같이 엮여 가지요. 그래서 저는 인생을 공평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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