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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키우면 애들 망쳐"…'열혈 교사엄마'의 반성문

이유남 서울명신초등학교 교장(57)은 교육계에서 '열혈교사'로 통한다. 맡은 학급마다 1등으로 만들었고, 새로운 수업시도로 여러 경진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 국무총리상과 교육부 장관상도 받았다. '열혈 쌤'으로 소문이 자자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가 높았다.

'교육 전문가'인 그가 2년 전 '엄마 반성문'을 출간, 자신은 "무식하고 무지한 부모였다"고 털어놨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3만부가 팔렸고, 6주간 대형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요즘도 '나처럼 키우면 자녀를 이렇게 망친다'고 전국 방방곡곡 '간증'하러 다니는 이유남 교장. 그는 자녀들과 어떤 '극한 갈등'을 겪었을까.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이 교장은 집에서 무서운 감독자였다. "우리 집 법이 'SKSK(시키면 시키는 대로)'였어요. 애들한테 '엄마가 시키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죠." 두 자녀는 그 법에 따라 죽어라 공부하고, 학교 다녀오기 무섭게 학원을 여기저기 전전했다.

이 교장이 퇴근하자마자 한 일은 TV 위에 손 올리기. 뜨거운 정도로 TV 시청시간을 가늠할 수 있어서였다. 뜨거우면 그 즉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1시간 넘었네. 빨리 숙제 안 해?" 그는 "나처럼 열성적인 엄마는 없을 거라고 자부하며 키웠다"고 했다. 아이들은 입도 뻥긋 못하고 엄마 말을 따랐다. 두 자녀는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다.

◇아들·딸 연이은 자퇴

"엄마, 도저히 학교 못 다니겠어요." 2007년 4월, 고3 아들이 폭탄선언을 했다. 공부를 잘해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들이었다. "너 미쳤어? 고3 다 힘들어. 정신 똑바로 차려." 이 교장은 따끔하게 야단쳤다. 학교 선생님들도 거듭 설득했으나 아들은 완강했다. 그해 8월 말, 아들은 결국 자퇴서를 제출했다.

딸도 자퇴를 선언했다. "잘 나가는 오빠도 학교를 그만뒀는데 덜 나가는 나는 왜 다녀야해? 나도 그만둘래." 고2 딸은 아들이 자퇴한 지 한 달 만에 학교를 관뒀다. '무서운 감독자'였던 엄마의 강압적인 태도를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것. 두 아이는 방에만 틀어박혀 게임에 몰두했다. 아이들은 점점 폐인이 돼 가는 듯했다.

"오로지 애들 명문대학 보내는 희망으로 살았는데, 둘 다 자퇴를 하니 제 꿈이 사라져버렸어요.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니 죽는 게 낫겠다 싶었죠."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반응은 싸늘했다.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소름 끼쳐" "그동안 엄마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눈에 독기가 오른 아들은 엄마 목을 조르려 했고, 딸은 자해소동까지 벌였다. "그때 우리 애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나의 스승"

아이들이 방 안에 틀어박힌 지 1년 반. 그는 어느 날 "아이들이 저렇게 된 건 나 때문이라는 자각이 들었다"고 했다. "돌아보니 애들을 한 번도 칭찬해준 적이 없었어요. 아들이 전교 1등을 해도 '수학은 왜 떨어졌어?' 꾸중했죠. 또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한 적도 없었고요. '우리 애들이 참 힘들었겠구나' 그때 처음 생각했죠."

그는 아이들 방문 앞에서 "울며 용서를 구했다"고 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엄마를 용서해 달라'고요." 그러기를 수개월 째. 단단히 잠겨있던 방문이 비로소 열렸다. "아이들은 엄마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에서 느꼈던 거겠죠."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도 '칭찬과 존중의 언어'로 바꿔나갔다. 그 후 두 자녀와의 관계는 자주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서서히 회복되어 갔다.

아이들은 이 교장의 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서울대 입학을 기대했던 아들은 알려지지 않은 대학에 들어갔고, 딸은 대학 가서도 두 번 자퇴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교장은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은 것이 기쁘고, 딸이 실패하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저는 인생에서 성공만 맛봤던 사람이에요. 실패를 몰랐죠. 그래서 아이들의 자퇴가 크게 다가왔어요. 우리 아이들 때문에 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없었다면 전 여전히 돈, 지위, 명예를 좇았을 거예요. 아이들은 제가 얼마나 세속적인지 깨우쳐 줬어요. 그러니 우리 아들·딸이 저의 스승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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