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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많았죠"…'79세 한식대가' 심영순의 못말리는 요리사랑

요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백발의 할머니 사장님, 반전매력이 상당하다. "정성스레 요리 안 할 거면 사표 내고 나가"라고 목소리 높이다가도 시장에서 식재료 살 땐 "첫사랑 만난 것보다 좋다"며 소녀처럼 웃는다. '호랑이 보스'와 '심요정'. 양극단의 별명으로 불리며 주목 받고 있는 심영순 요리연구가(79·심영순요리연구원장)다.

심 원장은 50여 년 요리인생 동안 수 천 명의 제자들을 길러낸 한식대가. 정·재계와 재벌가에서 앞다퉈 요리선생으로 모시려고 그의 집 앞에 고급 승용차를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 음식이 세계에서 영양가가 가장 많다"고 말하는 그는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한식 조리법 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실패도 많았다"고 했다. 부엌을 실험실 삼아 요리와 씨름한 무수한 시간이 오늘의 심영순을 만들었다.


◇입소문 난 요리솜씨

어린 시절 어머니는 혹독하게 요리를 가르쳤다. 다섯 살부터 멸치 다듬고 마늘을 깠다. "어머니가 '볶아라' 하면 볶고, '썰어라' 하면 썰고, '간 맞춰라' 하면 간을 맞췄어요." 기준에 못 미치면 어머니는 가차 없었다. "간이 틀렸다. 갖다 버려라." 심 원장은 “지금 생각하면 저를 좋은 집에 시집보내려고 그렇게 훈련시킨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요리솜씨는 결혼 뒤 입소문이 났다. 아이들 도시락 때문이었다. 어느 날 셋째 딸이 다니는 유치원 원장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니들에게 반찬 만드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요리강의는 대성공. 곳곳에서 심영순을 찾았다. 손맛 좋은 평범한 주부는 어느새 인기 요리선생이 됐다.

◇나는 실패 많은 '부리부리 박사'

심 원장은 스스로를 '부리부리 박사'라고 부른다. '부리부리 박사'는 매일 엉뚱한 발명품을 만들어 주변을 놀라게 하는 실패투성이 부엉이. 1970년대 TV프로그램 속 인기 캐릭터였다. "실패 많이 했어요. 생선요리의 경우, 하얗게 조리하기도 하고, 우거지를 넣고 조리하는 때도 있고, 말갛게 찜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조리법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죠. 불·그릇·재료도 딱 맞아야 하고요. 이 세 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음식을 했다가 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았어요."

된장찌개도 마찬가지였다. "알된장, 물된장, 두부된장, 고기된장, 채소된장 등 된장찌개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된장 하나만으로도 수십 가지 음식이 되죠. 된장과 부재료의 비율을 맞춰 요리했던 과정은 말로 다 못해요. 우리나라 음식은 정말 한도 끝도 없거든요." 한식 조리법 개발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었던 셈이다.

향신즙을 만들 때도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다. 향신즙은 '한식 양념장에 꼭 들어가는 채소와 과일을 모은 즙.' "한식을 연구할수록 그 맛의 핵심은 양념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원형을 보존하면서 맛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거듭 고민했죠. 수없이 실험을 했어요. 과일과 채소를 닥치는 대로 즙을 내 양념을 만들었지요." 심영순 요리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향신즙은 이렇듯 '거듭된 실패와 재도전'을 거쳐 탄생했다. '즙선생'이란 별명도 이때 생겼다.

◇심 원장의 못 말리는 '요리사랑'

모든 요리에서 실패를 경험했다는 심영순 원장. 그 실패의 크기가 언뜻 커 보이진 않을지 몰라도, 50여 년 요리인생 가운데 '쓴맛'을 안 본 날이 얼마나 될까. 번번이 실패했어도 "요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다"고 했다. "맛이 하나하나 새로워질 때마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도전의 맛'이 그토록 달콤했기에 그는 수십 년간 기꺼이 부엌을 지킨 게 아닐까.

"지금도 밤에 자다가도 식품 생각밖에 안 난다"는 79세 할머니 보스. "요리할 땐 식품 자체를 사랑해야 하고, 먹는 사람도 사랑해야 해요. 사랑스러운 눈으로 식품을 보며 음식을 만들면 맛이 살아나요." '요리의 달인'이 말하는 맛있는 음식의 비결이다.

"아직도 연구할 부분이 너~무 많아 빨리 죽으면 안 되는데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하늘이 부르는 그날까지 가르치고 싶죠. 요리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제 길이고, 제가 받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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