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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이야기]100년이 만든 '뉴트로'골목 익선동

고층빌딩 숲 속, 섬 같이 자리한 한옥마을 익선동이 최근 '뉴트로(신복고주의)' 열풍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 도시와는 다른 풍경으로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마을은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그 사연의 시작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익선동은 원래 철종이 태어나고, 그 후손들이 살던 누동궁이 자리한 지역이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청계천 이남에 주로 거주하던 일본인이 종로 진출을 본격화하자, 당시 도시개발업자였던 '건축왕' 정세권이 이 일대 토지를 사들여 대규모 한옥단지를 만들며 마을로 변모한다. '일본인들이 종로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정세권이 당시 생활에 맞는 도시한옥 단지를 건설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종로를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좁은 필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근대 생활방식에 맞게 만든 도시한옥 형태는 조선인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이었고, 그렇게 자리 잡은 익선동 한옥단지는 일제 강점기 내내 이어졌다.

더 많은 한옥을 넣기 위해 좁은 골목으로 만든 까닭에 익선동은 이웃 간의 왕래가 활발했고, 덕분에 이 골목에 들어온 이들은 웬만해선 수십 년씩 마을에 살았다.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고, 특히 종로일대에 고층빌딩이 들어서는 동안 한옥마을 익선동은 별다른 변화 없이 한 세기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그 세월은 익선동에도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안겨줬다. 낡고 오래된 도시한옥은 현대 생활과는 맞지 않았고, 살기 힘들어진 주민들은 결국 재개발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복합상업시설로의 개발을 원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마침내 익선동은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한옥 골목이라는 특성은 재개발에도 제한을 주었다. 익선동 한옥이 간직한 역사성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도시정비가 지지부진하자 익선동 주민들은 10년 만인 2014년 스스로 재개발을 포기했다. 생활하기 어려워지자 몇몇의 사람들은 익선동을 떠나기도 했고, 더러는 빈집으로 방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재개발 철회가 익선동엔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서울의 급격한 변화로 도심엔 군집(群集)을 이룬 한옥마을은 익선동이 거의 유일했고, 골목과 한옥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은 이곳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 재개발을 추진했던 주민들은 도시재생으로 눈을 돌렸고, 한옥엔 카페, 술집 등 상업시설이 들어오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불어온 '뉴트로 열풍'은 근대 한옥, 좁은 골목과 어우러지며 익선동을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했다.

최근의 유행으로 급격한 상업화와 한옥 훼손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과 익선동 도시재생을 함께 진행한 김선아 한국건축가협회 도시재생위원장은 "지금 익선동은 조금 더 상업적으로 매력을 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최대한 맞춰진 상태"라며 "1930년대 지어진 한옥에 다양한 시간이 덧입혀진 공간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익선동이 쌓아온 100년이라는 시간은 아쉬움 속에서도 전통이 끊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주민들과 도시재생 관계자는 물론, 입점상인들까지 익선동의 역사를 잘 알기 때문.

실제 익선동은 지난 2015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돼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고, 체인점의 입점까지 제한해 그 풍경을 살리게 했다. 또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보행중심의 골목 역시 바꿀 수 없게 돼있다. 이와 관련 재개발과 도시재생 모두 추진한 천명수 성도 컨설팅 대표는 "기와 지붕과 대들보, 서까래 등 한옥의 기본 틀은 지키는 것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익선동 보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익선동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을 겪으며 또다른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 대표와 김 위원장의 생각에서 보듯, 사람들이 100년을 이어온 익선동의 한옥과 골목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어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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