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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고무대야', 방안에선 '털모자'…일회용품 취급 받는 이 사람들

지난해 겨울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여성 노동자 속헹씨가 한파에 사망했다. 이후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졌으나 여전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의 숙소에 머물고 있다.

지난 17일에 찾은 포천의 농장에서는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로 만든 가건물들이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안에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 적절한 세면 공간이나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단지 비닐하우스 바깥 한쪽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주변을 나무판자로 둘러싼 재래식 화장실 하나가 있었다.

농어촌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대부분은 농지법 및 건축법을 위반한 불법 건축물이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에 주거 목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건축법은 가설 건축물을 상시 주거시설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수부가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한 이주노동자 3850명 중 약 70%가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등을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최근 경기도 외국인정책과에서 주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농어촌 지역 내 사업장 1852개 중 절반 가까이가 농지법 혹은 건축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하우스 숙소는 화재나 자연재해에 특히 취약하다. 올해 3월에는 광주시의 한 화훼농원 비닐하우스에 불이 났다. 당시 비닐하우스 내에는 이주노동자 14명이 거주하고 있어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는 전선이 어지럽게 널려있거나 LPG 가스통과 기름통이 아무렇게나 방치돼있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 설치·운영 기준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숙사에 화재 예방 및 화재 발생 시 안전조치를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숙소에서 머물면서도 매달 기숙사비로 10만~30만원까지 지불하고 있다.

불법 기숙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단속과 점검은 미비한 상황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노동부의 현장 점검 및 단속은 형식적인 수준"이라며 "기숙사 최저기준을 위반해도 크게 제재를 하거나 처벌을 가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방침을 발표했다. 고용 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 등의 숙소에 대해서는 고용 허가를 불허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 목사는 "새 방침 발표 후 이주노동자가 기숙사 문제로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하면 노동부 직권으로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지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곳을 가도 똑같을 거라며 웬만하면 같은 곳에 있으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두 번의 휴일이 주어지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김 목사는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간의 관계를 "극단적 갑을관계, 주종관계"에 비유하며 일터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정부가 속헹씨 사망 사건처럼 사고가 터지면 땜질식으로 방침을 조금씩 내놓기만 했을 뿐"이라며 "현대판 노예제로 평가받는 고용허가제 안에서 이주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여기고 불법 주거시설을 방치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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