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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up! 가업]③명문대 출신 '엄친아' 100년 가업 잇다…거창유기 4대 전수자 이혁

아버지의 기술을 잇는 가업을 승계해 100년 동안 만들어온 놋그릇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30대 청년이 있다. 1924년부터 이어온 거창유기의 4대 전수자 이혁(33) 작가다.

이 작가는 원래 서울의 소위 '명문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관련 대기업으로 취직한 그야말로 '엄친아'였다. 그런데 이 잘 나가던 청년이 의외의 선택을 했다. 입사 5년 만에 사표를 내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유기공방으로 내려온 것이다.

"사실 처음엔 유기 공방에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런데 언제나 공방에 계실 것 같던 아버지께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으시면서 가업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만약에 아버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1924년 김석이 옹이 거창으로 들어와 놋그릇을 만들면서 시작된 거창유기는 이 작가의 할아버지 이현호(작고) 장인부터 아버지 이기홍(64) 장인까지 3대에 걸쳐 이어온 역사 깊은 공방이다. 그런 공방에서 아버지의 부재는 역사의 단절을 의미했기에 이 작가는 가업승계를 택했다.

"처음엔 담금질과 열처리 등 모든 공정의 기초가 되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질, 가질 등 전체 과정을 반복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사무업무도 같이 해야 했습니다. 제가 해야 하는 일이 경영인지, 현장의 기술인지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만큼 가업승계는 만만치 않았다. 유기 제작은 물론, 제품과 직원 관리 등 공방의 모든 일을 챙겨야했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상황은 일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거창유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롱런할 수 있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오전엔 기술을 배우고, 오후엔 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던 자료들을 찾아보며 우리만의 차별점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100년을 이어온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국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업을 잘 이어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공방의 전통을 트렌드에 맞게 소개할 방법부터 고민했다. 홈페이지 개편부터 시작했고, SNS를 활용해 유기 제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판매할 방법을 찾아나갔다.

유기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가 보기에 유기제품은 크기만 다를 뿐,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그 때 아버지의 공예품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이기홍 장인은 2003년 이미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유기 공예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이 작가는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저희 제품을 토대로 옻칠로 유기에 색깔을 입혀보고, 디자인도 새롭게 바꿔보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공예가로서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많은 분야'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거든요."

새롭게 디자인한 유기에 대한 반응은 예상대로 '대박'이었다. 유기그릇에 새로운 색과 독특한 디자인을 더하자, 유기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역시 유기 공예 작가로 이름을 알려나갔다. 경상남도 공예품 대전에서 금상을 받았고, 오는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메종 & 오브제’에 전시작가로 선정되며 자신과 공방을 알리기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공예 작가로 올라섰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아버지 덕'이라고 몸을 낮췄다.

"기존에 있던, 아버지께서 이뤄놓은 것들이 없었다면 제가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만큼 아버지는 제게 크고 고마운 존재죠. 덕분에 이 가업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앞으로 6년 뒤, 2024년이 되면 거창유기는 창업 100주년을 맞는다. 그 역사적 순간을 지켜내서일까, 이 작가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가업은 꿈이 아니지만 앞으로 200년을 유지하는 건 꿈이 될 수 있겠죠. 그 때까지 저희 유기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세계인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금속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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