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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up! 가업]⑥ "재미 1도 없던 공장 일…이젠 '100년 기업' 꿈꿔요"

"아버님은 늘 말씀하셨어요. '공장은 나의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다'. 아버님의 공장은 제가 따라가야 하고, 동시에 앞서가야 하는 모델이기도 하죠."

'철공소 골목'으로 불리는 서울 문래동 기계금속가공 집적지 한편에는 평생을 기계금속 가공에 매진했던 안승문씨(66)와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아들 안성모씨(38)가 밤낮 없이 스크루를 깎고 있다.

오래된 건물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 기름때가 있는 기계, 어미에 이어서 가게를 지키고 있는 개 똘똘이(13)까지. 작지만 부족함 없이 꽉 들어찬 이곳에서, 아버지는 꿈을 이루고 아들은 새로운 꿈을 꾼다.

아들 안씨는 원래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사였다.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가던 안씨가 아버지의 작업장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2012년 간경화로 쓰러진 아버지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하겠다"며 일과 사랑에 빠진 아버지를 다시 보게됐다. 선교활동을 하며 꿈과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던 그는 그제야 아버지를 향해 못 이룬 꿈과 소원에 대해 물었고, 돌아온 답은 '가업승계'였다. 결국 그 일이 아들이 아버지의 건강과 꿈을 위해 대를 잇기로 결심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아들의 결심에 아버지 승문씨는 좋아하던 약주도 끊고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다.

결심은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았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실전은 이론과 천지 차이였던 것. 성모씨가 훗날 대를 잇길 바랐던 아버지 승문씨는 "처음부터 이 일을 하라고 공대를 보냈다. 공대 나오면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웃어보였다.

성모씨 역시 "의사소통이 안 돼서 힘들었다"라며 "보루(걸레), 노기스(버니어 캘리퍼스) 등 학교에서 배웠던 용어들과 너무 달라 어려웠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선교사를 꿈꿨던 만큼 일에 재미를 못 느꼈던 성모씨가 본격적으로 지금 하는 일이 흥미를 갖게 된 건 엉뚱하게도 '팽이' 덕분이다.

"사실 처음엔 이 일이 재밌지 않았다"는 그는 팽이를 통해 아버지의 일과 자신의 일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모씨는 "팽이를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의뢰와 주문이 아닌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고 다른 사람들도 즐거워하는 일"이라며 "이제 팽이만큼은 아버지보다 제가 잘 깎지 않나 싶다"라고 웃었다.

하루 10시간, 12시간 붙어있으면서 새로 보게 된 아버지의 모습도 있다.

성모씨는 "주변 사람들이 '안된다', '어렵다', '못한다'는 말을 하면 아버지는 '네가 해봤냐'고 묻는다"라며 "본인이 직접 해보는데, 그럼 진짜 해내신다"라고 감탄했다. 아버지 승문씨 역시 이 일에 빠져든 이유로 '다른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해낸 것'을 꼽는다.

아버지의 장인 정신은 잇되, 그만의 방법으로 또 다른 재연기계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입소문만으로 가게 운영이 가능했던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만큼, 그는 가공은 가공대로 하되 홈페이지 관리나 유튜브 업로드도 꾸준히 하고 있다.

성모씨는 "아버지는 공장을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로 생각하시고, 저도 그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겐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라며 "언젠가는 가공을 뛰어 넘어 완제품을 팔거나 해외시장을 넘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은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아버님이 50년 동안 일을 하셨으니, 나머지는 제가 채워서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어요. 또 B2B(기업간 거래)를 넘어서서 개인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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