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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V]"미안하다, 고맙다 말해주고 싶어"...상봉 탈락 이산가족의 한과 눈물

"딸 만나면 너만 떼어놓고 가서 미안하다. 안 죽고 살아줘서 고맙다. 말이라도 한 마디 내가 하고 죽으려고 이렇게 찾으려고 애 쓰는데"

2015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상봉후보자 추첨이 25일 진행됐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추첨 현장을 찾아 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추첨의 벽은 높았다.

대한적십자사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무작위 컴퓨터 추첨으로 상봉자의 5배수인 500명을 1차 선정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는 총 5만7000명이 지원해 최종 대상자에 선정되려면 568.9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했다.

추첨에 앞서 인선위원회는 90세 이상 고령자를 우대해 전체 상봉자의 50%로 맞추고 부부·부자·모자 등 직계가족을 1순위로 형제·자매 관계를 2순위로 3촌 이상 가족관계를 3순위로 정하는 선정기준을 발표했다.

평안북도 철산군이 고향인 박성은 할아버지(95)는 현장에 나와 추첨 과정을 지켜봤다.

동생과 사촌을 만나려 한다는 박성은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그 다음에 또 언제 한다는 걸 알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황해도 신계군에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왔다는 이용녀 할머니(90)도 현장에 왔다. 이용녀 할머니는 "우리 딸이 죽었나 살았나 궁금한데 살아있는 것 같다"며 "한 번도 잊어버린 적 없이 머릿속에 맨날 생각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내 나이가 90인데 살면 얼마나 살겠냐"며 "그래서 이번에 꼭 찾으려 한다. 꼭 좀 찾아달라. 찾아주면 내가 한턱 낼게"라고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박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의 이름은 상봉후보자 추첨 명단에 없었다.

믿기지 않는 듯 다시 한 번 "이름이 없냐"고 묻던 박성은 할아버지는 "저는 이산가족 상봉은 끝났다"며 "나는 낙제점이에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용여 할머니는 추첨 명단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이 할머니는 "언제 또 신청을 하냐"며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야 된다"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세 번째로 추첨 명단을 확인한 김영헌 할아버지의 이름도 추첨 명단에 없었다. 낙담하며 직원에게 "지금은 도저히 돌릴 순 없냐"고 묻던 김영헌 할아버지는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황해도 개성이 고향이라고 밝힌 김영헌 할아버지(91)는 "38선으로 막힐 줄 모르고 어린 동생들을 두고 내려왔다"며 "한 열다섯 살 먹은 여동생한테 가족을 맡겨 놓고 나왔으니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어떻게 감당했겠냐"고 말했다.

김영헌 할아버지는 "'동생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느 산소에 모셔다 드렸냐', 이거라도 물어보려고 정말"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용여 할머니는 계속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세 살배기가 엄마와 떨어져서 사는 게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겠냐"며 "나는 보고 싶어서 그렇지만 딸은 버리고 갔다고 나를 얼마나 원망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만나서 딸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내가 죽어야 될 거 아니야"라며 "그냥 죽긴 내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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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추첨 #대한적십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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